물가 폭등∙환율하락 등 6월 북한경제 대혼란(RFA, 2021. 6.25)

관리자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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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위안화∙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급락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6월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상황에 시장 활동은 사실상 마비됐고, 당황한 주민들은 아우성인데요.

국가 주도의 자력갱생을 내세운 김정은 정권이 무역과 시장 활동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상인 등 시장 주체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시장 활동이 침체되면서 물가 상승과 환율 급락을 불러왔다는 분석입니다.

현 상황이 일시적인 과도기 현상인지, 국가 통제를 넘어선 위기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물가 폭등∙환율하락 등 6월의 대혼란

[북한 여성 (6월 초 전화 통화)] 쌀은 (1kg에) 1만 원 정도 한다. 기름은 1kg에 중국 돈으로 250원.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시장에서 옥수수값은 2배 이상 올랐고, 백미 값도 70~80% 정도 올랐습니다. 한 달 사이에 이렇게 올랐다는 것은 일반 서민들에게 큰 타격이 됐을 테고, 외화 가치도 갑작스럽게 떨어졌습니다.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대혼란에 빠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 (중간 브로커의 말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 사용을 엄격히 단속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북한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식량 가격과 환율이) 멋대로 오르내리고. 자기 맘대로예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식량을 비롯해 물가 폭등과 외화 환율 급락에 직면한 북한 시장. 지난 6월 22일 기준으로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과 옥수수는 각각 1kg에 7천500원과 5천550원이었습니다. 또 중국 1위안은 북한 돈 505원, 미국 1달러는 5천4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6월 들어 눈에 띄게 두드러졌습니다. 6월 초만 해도 4천 원대였던 쌀값이 갑자기 7천 원을 넘어섰고, 옥수수값은 2천 원대에서 5천 원을 훌쩍 넘어선 겁니다. 반면, 북한 원화 당 중국 위안화 환율은 900원에서 500원대로, 달러화 환율은 6천 원대 후반에서 5천 원대 중반까지 계속 떨어졌습니다.

price_index.png북한 시장 물가 정보 /아시아프레스 제공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최근 북한 시장이 혼란스러움을 넘어 아우성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5월 말까지는 쌀과 옥수수값이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이라 할 수준은 아니었고, 북한 당국의 물가 통제도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6월 들어 갑작스럽게 식량 가격이 오르고, 동시에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이유가 무언인지도 파악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북한 돈으로 쌀값이 오르는 동시에 외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지금까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전과 180도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당황하고 있고, 시장 상황은 아우성이라고 많이 말합니다.

시장이 혼란 상황에 빠지면서 거래도 뚝 끊겼습니다. 오늘과 내일의 물가와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매매 활동이 위축된 겁니다. 북한 돈과 외화 모두 믿지 못하는 상인들은 갖고 있는 물건을 내놓지 않게 됐고,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불러오면서 물가 폭등의 원인이 됐습니다.

이미 북한 전역에는 식량과 현금을 모두 소진한 절량세대가 급증하는 가운데 앞으로 식량 확보가 어려워질 거란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것도 식량 가격의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옥수수가 자라지 않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벌써부터 가을 수확을 망칠 거란 말도 많이 듣습니다. 지금부터 식량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정보가 쌀값 급등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보릿고개와 올해 농사가 잘 안될 것이란 예측 등이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력한 외화 사용 단속... 원화 가치 회복 노림수

북한 당국의 외화 단속은 한층 더 강화됐습니다.

당국이 시장과 무역회사 활동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중국 위안화 등 외화의 흐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데, 무역회사에는 보유한 외화를 모두 국가에 신고하고, 외화가 필요할 때도 국가를 통해 교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며 시장에서는 시장 관리원과 안전원, 가격단속반 등이 매일 외화 사용을 감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화 사용이 적발되면 몰수까지 하고, 환전꾼들은 비사회주의 행위로 간주해 처벌까지 받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무역일꾼들이나 돈주들은 보유하고 있던 외화를 내놓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위안화와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불러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같은 외화 환율의 급락에는 국가적 자력갱생을 내세운 김정은 총비서의 의도가 반영될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김정은 총비서가 시도하는 것 중 하나로 원화의 가치를 정상화하겠다는 의도가 상당히 강합니다. 원화 가치가 너무 싸구려로 변질돼 있다 보니까 어떻게든 원화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이 국산화 정책입니다. 국산 제품을 시장에 많이 공급해서 국산 제품 중심으로 상품이 거래되기를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위안화를 많이 갖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북한 원화를 시장에서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수록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을출 교수] 특히 북∙중 국경지역은 위안화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를 계속 떨어뜨리면 주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그런 현상을 북한 당국이 모를 리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계속 갈 수 없다. 저의 잠정적인 결론은 (이런 현상이) 추세적이진 않을 것이고, 계속 위안화 환율을 떨어뜨리지 않을 거라는 것이 제 분석이자 전망입니다.

이시마루 대표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한도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을 보였던 것은 시장의 자유와 활발한 무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잖아요. (여기에는) 바로 중국이 있었고, 이 때문에 외화가 유통됐던 겁니다. 이 상황에서 외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유통을 중단해서 일시적으로 외화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고 무역을 안 한다는 전제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는 주민 생활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상당한 악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원화와 달러화, 위안화는 국가 통제와 함께 시장이 결정하는 임금, 물가 등이 혼합된 체제에서 유통돼 왔다며 최근 나타난 급격한 물가와 환율의 변동은 가뜩이나 어려운 주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일시적 과도기?’, ‘통제 불능 상황?’... 기로에 놓여

전문가들은 최근 두드러진 물가 폭등과 환율 급락의 배경으로 북한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작용했다고 진단합니다. 자력갱생을 강조한 김정은 정권이 이전보다 더 무역과 시장에 개입하고, 자체적으로 물자를 수급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려 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 당국이 국가 주도의 시장 질서를 만들면서 환율과 물가에 개입하다 보니 기존의 시장 주체들은 관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 활동의 침체와 함께 물가와 환율의 불안정을 불러오게 된 겁니다.

[임을출 교수] 북한이 지난 1월 당 대회 이후 국가적인 자력갱생을 외치면서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점점 강화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라는 것이 환율이나 물가를 통제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 북한 당국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브라운 교수도 북한이 과거에는 외화 확대를 통한 통화 정책의 안정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해왔는데, 지금은 북∙중 국경 봉쇄와 외화 사용 금지 등으로 북한 돈의 가치를 보호했을 수는 있지만, 오히려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소비와 생활 수준을 대폭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북한 시장의 혼란이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변화가 필요할 걸로 브라운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시장에 깊숙이 개입한 만큼 이번 물가 폭등과 환율 하락이 일시적인 과도기 현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애초 북한이 의도한 바와 달리 시장의 침체와 혼란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에 직격탄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자력갱생을 내세운 김정은 총비서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식량 가격 상승은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지원이 대량으로 들어오면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화 사정이라든지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중국과 무역이 재개되지 않는 한 회복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정권이 자력갱생 정책에 계속 집착할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을출 교수] 북한 당국도 예전처럼 시장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했으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인데, 새로운 자력갱생,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을 말하면서 시장 활동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국가가 주도하는 시장화를 만들겠다고 개입하면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니까 북한 당국도 조금 더 지켜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고 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이렇게 해도 되겠다’라고 판단하면 당장은 변동성이 심하더라도 안정화 추세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