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로스쿨, 북한인권 ‘책임추궁’ 프로젝트 진행(VOA 8.27)

관리자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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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들이 지난 세 학기 동안 북한의 인권 유린에 관한 책임규명(Accountability)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등 북한 정권에 대한 미국 내 탈북민들의 소송도 어렵지만 가능하다며, 잔혹한 범죄는 용인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최고의 로스쿨 가운데 하나인 하버드대 로스쿨(HLS) 학생 조직인 ‘HLS 인권 옹호자들(HLS Advocates for Human Rights)’은 26일 VOA에, 이 학교 로스쿨 사상 처음으로 3학기 연속 북한인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봄과 가을, 올해 봄 학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국의 북한인권 기록·조사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10여 명의 학생들이 3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첫 프로젝트로 탈북민이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에 근거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관리들과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북한인권법재승인법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과 최근 다른 나라의 인권 조사 메커니즘을 분석해 북한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한국계로 지난 2021년 ‘HLS 인권 옹호자들’ 부회장을 맡아 북한인권 책임규명 프로젝트 출범을 주도한 이 학교 졸업생 재스민 신(신정민) 씨는 이날 VOA에, 실향민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소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심이 많았다며 “대학 졸업 논문을 북한 인권에 관해 쓴 뒤 한국 유엔대표부에 근무할 때도 줄곧 개선 방안을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재스민 신] “저희 할아버지 때문인데요. 할아버지께서 이북에서 자라셨는데 18살 때 가족이 인민군들의 타켓이 돼 집이 다 불탔어요. 그래서 사실 곳이 없어 남쪽으로 내려오시게 됐어요. 거기에 가족을 두고 오신 아픔도 있고 여러 어려운 고비를 넘기신 경험이 제게 많이 와 닿았고 할아버지와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마음이 많이 아파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신 씨는 이 학교 단체 ‘인권 옹호자들’이 “일반 학생조직과 다르게 전문적인 비정부기구(NGO)와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 사건에 관여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라며 하버드대 벨퍼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백지은 박사의 제안으로 이 학교 로스쿨 동문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박사가 연결돼 처음으로 북한인권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탈북민 지원단체 ‘에녹’을 설립해 활동하다 로스쿨에 입학한 앤드루 홍 씨, 역시 모친이 실향민 가족 후손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줄곧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 LiNK 활동에 참여한 에리카 홈버그 씨,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PSCORE)’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모니카 리 씨 등이 우연히 로스쿨에 모두 있어 출범이 순조로웠다는 겁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지방법원에 근무 중인 신 씨는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에서 탈북민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률 근거를 검토했다며,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게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재스민 신] “개인적 견해로는 추진은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여러 미국의 법안을 보고 어느 법안이 가장 유력하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 봤을 때 FSIA(외국주권면제법)라고 웜비어 부모와 다른 피해자분들도 이 법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한 건데요. 허들(걸림돌)은 탈북민 중에 피해를 정확히 입증할 수 있고 최소한 미국 시민이거나 영주권자이셔야 하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 딱 알맞는 분을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맞는 사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징적 의미로 굉장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법원은 다른 나라 정부에 대한 소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대해서는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근거해 예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와 선교사로 활동하다 북한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석방된 케네스 배 선교사 등은 모두 ‘외국주권면제법’에 근거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일부는 승소한 바 있습니다.

신 씨는 “소송을 통해 실제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것보다 미국의 법정에 서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 자신의 가족이 경험한 피해들, 인권 유린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 탈북민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 3개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한 앤드루 홍 씨도 이날 VOA에 “10년 넘게 탈북민들을 도우면서 이들의 입장에서 배운 법률 지식을 적용하는 게 보람이 있었다”며, 그러나 탈북민은 오토 웜비어 가족과 달리 소송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앤드루 홍] “조건 충족이 쉽지는 않아요. (인권 탄압을 받았을 때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여야 하기 때문에) 본인보다 북한 내 가족이 해를 당한 것, 정신적 피해를 주장할 수 있는데, 본인이 피해를 당한 것만큼 법원에서 그것을 인정해줄지에 대해선 힘이 약하죠. 또 북한 내 가족이 살아 있다고 할 때 이런 소송을 하면 북한 당국이 보복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주도한 에리카 홈버그 씨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런 열악한 북한의 인권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다른 재학생들이 바쁜 시간을 할애해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1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책임규명을 지원하는 활동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홈버그 씨] “The overall goal is to say is to sort of send a message and say that these types of atrocities are unacceptable and there are actually are ways to hold perpetrators accountable in a US court.”

전반적인 목표는 “이런 형태의 잔학행위는 용인할 수 없으며 실제로 미국 법원에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방법이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란 겁니다.

에리카 씨는 법률 지식이 없어 북한 정권의 잔혹한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탈북민들을 도우면서 그들이 북한의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프로젝트 방향을 권고하며 자료를 제공받은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VOA에 “이런 협업이 시민사회단체들에는 큰 도움과 격려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하버드 법대에서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의미가 있고요. 하버드 법대생들이 자발적으로 북한인권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그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구체적으로 이런 법률 지식을 활용해 북한인권 개선, 책임규명을 위해 노력한 작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될 자료로 남을 겁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부분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로펌을 고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가진 학생들로부터 구체적인 소송과 입법, 유엔 매커니즘에 관해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은 의미가 크다”는 겁니다.

재스민 신 씨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북한인권 프로젝트가 북한 주민과 다른 로스쿨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재스민 신]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3자가 하버드대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것을 볼 때 북한 인권 문제는 굉장히 고질적이고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던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새로 배우는, 또 하버드대라는 곳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정의 실현 방법들을 고민하는 자체가 북한 주민들의 희생이 잊히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아픔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발판과 씨앗이 되어서 하버드대뿐 아니라 더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북한인권 쪽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205년 전인 1817년에 설립된 하버드대 로스쿨은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수많은 미국 지도자를 배출하며 미국 각계각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