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칼럼

바이든 시대의 북한인권: 균형 잡힌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조정현칼럼)

관리자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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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포럼위원)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이미 우리의 입장과 상관없는 확고한 ‘상수’로 자리 잡았다. 매년 봄과 가을 제네바와 뉴욕에서 각각 UN 인권이사회와 UN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가 십 수 년째 채택되고 있고, U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자신의 보고서를 여기에 정기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수년 전 북한인권 문제에 R2P를 적용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던 UN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활동은 물론, 국제엠네스티(AI),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적 인권 NGO들에게도 북한인권 문제는 주요 인권사안 중 하나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이전과는 또 다른 국면에 이른 것으로 보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강조하고, 지적재산권 보호, 환경 보호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이다. 이민정책은 상대적으로 관대하며, 기본적으로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자신이 세운 기본원칙을 견지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 및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과 WHO에 곧바로 복귀하고, WTO와의 협력 재개는 물론 UN 인권이사회에도 다시 참가하여 이사국 재진출 의사를 표명하였다. 물론 경제 및 통상 문제 등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함께 실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바이든 행정부 내에 다수의 ‘전통적 외교안보정책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바로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이고,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과 국무부 부장관 출신인 블링컨 국무장관도 북핵 문제와 중국인권 문제 등에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이란 핵합의 또한 직접 다뤘던 외교안보정책 전문가이다. 제이크 설리번 NSC 보좌관, 윌리엄 번스 CIA 국장,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등도 모두 북핵, 이란핵, 또는 대중통상문제 전문가이며,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UN대사 또한 35년 외교관 생활을 한 베테랑으로 아프리카와 인권 문제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외교정책 및 관련 인사들의 이러한 특징들을 살펴볼 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다자와 양자 간의 조화를 추구하되 원칙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가급적 일관성을 가지고 예측가능한 북한인권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민주당은 2020년 발표한 자신의 신정강정책에서, “북한의 주민을 잊지 않을 것이며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는 동시에 심각한 인권 침해 중단을 위해 북한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부터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재회에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이에 발맞추어 최근 미 연방 하원에서는 관련 법안이 재상정되기도 하였다. 이는 통상 자유권을 강조하는 미국조차도 사회권과 이산가족 문제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은 연방의회에서 초당적으로 입법한 북한인권 관련 법률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2004년 제정되어 계속 적용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물론이거니와, 2016년 제정된 대북제재강화법에서는 북핵제재에 더해 독자적 북한인권제재를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현재 김정은 및 김여정 등에 대해 북한인권 침해를 이유로 자산동결과 여행금지와 같은 인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이는 다소 상징적 조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북핵이든 북한인권이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종국적으로 해제하기 위해서는 의회 법률에 의거 정치범수용소 문제 등 북한인권 문제의 실질적 개선이 전제조건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금년 2월 24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UN 인권이사회에 옵서버로 참가해 곧 채택될 예정이었던 북한인권 결의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점 등을 앞에 논의한 여러 사항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인권정책은 기본적인 인권 원칙을 견지하며 자유권 문제에 대한 공개적 비판도 피하지 않음은 물론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인권 관련 사안을 함께 고려하고, UN 등 다자무대를 적극 활용하되 양자 간 외교적 해법 또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정부 또한 이미 국제사회에서 ‘상수’가 되어버린 북한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면서도 한반도 상황에 맞는 통합적이고도 균형 잡힌 북한인권 접근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권 교체에 의해 변하지 않는 일관성 있고 국제기준 및 원칙에 부합하는 북한인권정책의 재수립 및 실천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입장을 우리가 꼭 따를 필요는 없지만, 앞서 살펴본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대체로 UN 등 국제사회의 기본 인권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이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을 경우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면 된다는 생각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일례로, 표현의 자유는 정당한 목적에 따라 필요하다면 당연히 법률로 제한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형사처벌과 같은 과도한 제한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UN의 북한인권 결의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대북정책 차원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바람직스럽지 않아 보인다. 즉, 남북 양자관계에서는 다소 탄력적이고 상대방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보편적 가치를 논하는 다자인권 무대에서까지 북한을 고려해 기존의 관행을 애써 변경하는 것은 중견국인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국가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대원칙 하에 당장 협력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타 다양한 인도적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자유권뿐 아니라 사회권 문제도 함께 존재하며, 좀 더 넓게 보자면 평화권, 발전권과 같은 집단적 권리까지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관심을 표명한 인도적 지원(사회권 증진) 및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같은 다소 소프트한 분야에 대한 인권적 논리 정립 및 구체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체제 또한 더욱 정교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제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북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관련된 협력방안을 UN 등 국제사회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은 기본적으로 SDGs 및 사회권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고, 개발협력이 아닌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북한이 최근 전혀 호응하지 않는 문제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대북제재의 예외사항으로서 백신 보급 등 보건협력을 인도적 지원과 잘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미가 함께 논의하여 성사시키고,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SDGs 논의로까지 연결한다면 남북 인도적 협력에 실질적 동력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인권 문제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하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러 분야 간에 균형 잡히고 유기적인 연계를 추진하되,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구체적 방법론은 상황과 시기에 맞게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예민한 자유권 문제는 다자무대 및 NGO를 통해서, 그리고 남북 양자 관계에서는 덜 예민한 사회권과 SDGs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 각 부처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 및 다양한 국제기구와 NGO, 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 배분도 긴요할 것이다. 북한인권의 모습을 반드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정적인 모습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복잡다기한 인권 문제의 상호유기적이고 동적인 측면을 함께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 글은 필자가 한반도평화연구원 KPI 이슈브리프 2021. 4월호 기고문 내용을 수정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