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칼럼

북한인권과 교류협력: 양 날개로 가자 (송인호칼럼)

관리자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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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과 교류협력: 양 날개로 가자

 

송인호 교수
(한동대 법학부)

 

우리 헌법 제4조는 무조건적인 통일지상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추진한다”고 명시하여,‘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통일의 내용적·목적적 한계와 ‘평화’라는 방법적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인권 보장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헌법상 통일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모든 주민들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존중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인권 이슈(특히 자유권 침해 문제)는 통일의 목적과 직결되는 사안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책무에 해당하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한편 남북교류협력 역시 통일의 방법적 한계로 규정된 평화통일 원칙상 대북 정책의 또 하나의 축으로서 의의를 가진다. 결국 헌법적으로 북한인권과 교류협력은 양 날개와 같이 정책적으로 병행하여 추진되어야 할 사안인 것이다.

이는 과거 서독이 통일과정에서 일관되게 취한 정책적 태도이기도 하다. 서독은 기민당 집권 시절인 1960년대부터 잘츠기터 동독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는 등 동독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이후 사민당 집권기인 1970년대부터는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동독과의 교류협력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권 정책과 교류협력 정책은 두 차례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꾸준히 추진되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양 날개, 투 트랙 정책 추진을 통해 동독주민들이 서독의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와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모습을 접하고 자신들의 현실의 문제를 깨닫고 동독에서 민주정권을 수립하여 통일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러한 우리 헌법 정신과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인권과 남북교류협력 이슈는 균형있게 동시에 추진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분명한 원칙 하에, ① 국제사회와의 공조, ② 정부 기관 상호간, ③ 정부와 민간 상호간의 교류협력과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은 역할 분담이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④ 교류협력을 통한 인권개선의 측면도 인식해야 한다.

우선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남북기본합의서와는 달리 동서독기본조약은 제2조에서는 ‘유엔헌장’에 따른 ‘인권보호’라는 개념을 포함시켰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에 대해 북한은 한편으로는 반발하면서도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장애자보호법 제정 등 이에 호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지적하는 정책은 남북관계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직접 북한의 현 정권과 상대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국제사회를 통한 방법 외에 북한의 현 정권을 상대로 직접적인 인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 내 기관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다행히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설치되어 있으니, 통일부를 중심으로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역할을 분담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으로(또는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과 함께)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민간에서도 각 기관, 단체가 각자 설립 취지에 따라 교류협력 또는 북한인권이슈 제기 등 역할을 자율적으로 감당해야 하며 정부가 이를 인위적으로 위축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북한측에 설득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때, 자라나는 학생교육 측면에서 세계인권선언 이래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 그리고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단순한 ‘평화’통일이 아니라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여 추구되어온 핵심 가치이자 통일의 이유와 목적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기초로 통일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한편 교류협력 자체도 파급효를 통해 인권의식 고취 등 인권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즉, 교류협력과 인권개선을 서로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서도 안된다. 특히, 과거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간의 자매결연 등 활발한 교류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동독지역에 퍼지게 하고 동독주민들의 민주의식이 고취되도록 하는 기능을 하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북한인권과 교류협력의 양 날개 정책이 균형있게 추진될 때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평화통일이 속히 이루어지리라 본다.